주방에서 일하다 보면 "집에서 만든 리조또가 왜 이렇게 죽 같아요?"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수백 번 쌀을 볶고 나서야 답이 보였습니다. 핵심은 단 하나, 쌀을 얼마나 긴장시키느냐였습니다. 샤프란 육수와 묵은지가 만나는 이 레시피는 그 원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조합입니다. 쌀 코팅, 리조또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셨나요?제가 주방에서 초보 요리사들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이 바로 토스팅(Toasting)입니다. 토스팅이란 쌀을 오일과 향채에 볶아 표면을 코팅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쌀알 하나하나에 기름막을 씌워, 이후에 넣는 육수가 한꺼번에 흡수되지 않도록 방어막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이 단계를 대충 넘기면 그 뒤에 아무리 ..
1인분에 2,000원대, 조리 시간 10분. 이 숫자만 보고도 반신반의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저는 일식 덮밥 전문점 메뉴 개발을 진행하면서 오야코동이 얼마나 무서운 음식인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덮밥 메뉴를 처음 기획할 때 가장 먼저 테스트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 바로 이 오야코동입니다. 닭다리살 손질과 양념, 어디서 맛의 차이가 갈리나오야코동(親子丼)이란 일본어로 '부모와 자식 덮밥'이라는 뜻입니다. 닭고기(부모)와 달걀(자식)을 함께 올린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인데, 간장 베이스 육수에 닭고기와 달걀을 익혀 밥 위에 얹는 방식으로 규동이나 가츠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본의 국민 덮밥입니다.재료 손질에서 승부가 갈립니다. 닭다리살을 쓸 때 제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노란 지방 덩어리와 핏기가 보이는..
볶음밥이면 뭐든 비슷하겠지 싶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그런데 나시고랭을 직접 만들어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삼발 소스 하나를 제대로 내는 데 김치볶음밥 두 번 만들 시간이 걸린다는 걸요. 식당을 운영하면서 손님 한 분의 요청으로 시작한 이 메뉴가, 지금은 저희 가게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해봤습니다. 나시고랭의 정체성, 트라시와 케찹 마니스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나시고랭 깜빙을 처음 먹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나시고랭 깜빙이란 염소 고기를 넣은 볶음밥으로, 중동 요리의 영향을 받은 인도네시아 변형 메뉴입니다. 꽤 유명한 곳에서 포장해 호텔 방에서 먹었는데, 맛은 분명히 있었지만 볶음밥 안에 섞인 염소 간이 너무 낯설어서 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