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생대구 지리탕을 끓였을 때, 국물이 뿌옇게 흐려지고 비린내가 가시질 않아서 한참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뭔가 잘못된 건 알겠는데, 원인을 몰라서 답답했죠. 그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결정적 한 수가 바로 '데치기'였고, 그것만으로 국물 맛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맑고 개운한 지리탕,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데치기 — 30초가 국물 맛을 통째로 바꾼다생대구 지리탕을 처음 끓여봤을 때, 저는 대구를 그냥 육수에 바로 넣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살은 뭉개지고, 국물엔 뿌연 거품이 걷히질 않았습니다. 비린 향도 끝까지 따라왔습니다. 그때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 나중에 이유를 알고 나니 무릎을 탁 쳤습니다.생선은 겉면에 혈액과 단백질 불순물이 남아 있어, 가열 전 적절한 전처리 없이 바로 탕에 ..
손님을 집에 초대해 놓고 갈비찜을 준비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잡내를 잡겠다고 생강을 듬뿍 넣고 한약재까지 넣었더니, 고기는 퍽퍽해지고 한약 냄새만 진하게 남았습니다. 돼지갈비찜은 어렵다는 편견이 그날 이후 생겼는데, 알고 보면 핵심은 단 두 단계였습니다. 핏물 제거와 데치기만 제대로 해도 절반 이상은 성공입니다. 잡내제거, 향신료보다 위생이 먼저입니다돼지갈비찜 실패담을 들어보면 대부분 "잡내 때문에"라는 말이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생강이나 청주를 넉넉히 넣으면 잡내가 잡힌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정작 냄새의 근원을 제거하지 않으면 향신료를 아무리 써도 한계가 있습니다.돼지갈비 특유의 냄새는 뼈 속에 남아 있는 혈액(핏물)이 산화되면서 발생합니다. 신선한 ..
중식 주방에서 오래 일하면서 깐풍기만큼 손님 반응이 한결같은 메뉴도 드물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그냥 튀겨서 소스에 버무리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얕봤는데, 실제로 만들어보니 소스 배합과 튀김 코팅 두 가지가 조금만 어긋나도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오더군요.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부딪히며 정리한 깐풍기의 핵심 원리를 소스 배합과 튀김 코팅 두 축으로 나눠 기록합니다. 깐풍기 소스 배합 — 간장·굴소스·식초의 황금 비율깐풍기라는 이름 자체가 중국어 발음을 한국식으로 음차(音借)한 것입니다. 음차란 외국어의 발음을 그대로 빌려 자국 문자로 표기하는 방식인데, 그 뜻은 '각 복이 많은 소스 요리'에 가깝습니다. 한마디로 소스가 정체성인 음식이라는 뜻입니다.일반적으로 깐풍기 소스는 간장만 쓰면 된다고 알려져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