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미쉐린 빕구르망 우육면 집에서 고기 4조각을 받아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국물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 아쉬움이 오히려 동력이 됐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사태·양지·힘줄 2kg을 쌓아두고 3시간짜리 직접 실험에 뛰어든 이유입니다. 팔각·화자오·진피를 기름에 볶는 순간부터 집 안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미쉐린 빕구르망과 고기 4조각의 현실대만 타이베이에서 미쉐린 빕구르망(Michelin Bib Gourmand)에 선정된 우육면 전문점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미쉐린 빕구르망이란 미쉐린 가이드가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선정하는 등급으로, 별(Star)보다 접근성이 높아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신뢰받는 지표입니다.그릇이 나왔을 때 고기는 주사위 크기로 정확히 ..
감바스 알 아히요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게 새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방에서 수십 번 이 요리를 만들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새우는 조연이고, 진짜 주인공은 마늘을 품은 올리브 오일이라는 것을. 재료보다 온도와 순서가 먼저입니다. 감바스의 정체, 새우 요리가 아니라 마늘 오일 요리다감바스(Gambas)는 스페인어로 '새우'를 뜻합니다. 그러니 '새우 감바스'라는 말은 사실 새우 새우라는 뜻으로, 동어 반복이 됩니다. 정확한 명칭은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입니다. 여기서 아히요(Ajillo)란 마늘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직역하면 '마늘을 곁들인 새우' 정도가 됩니다.처음 이 요리를 주방에서 다룰 때 저도 재료 구성에만 집중했습니다. 통통한 새우, 좋은 올리브 오..
솔직히 저는 카레 한 냄비를 끓여놓고 4일째 되는 날부터는 슬그머니 외면했습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지겨웠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캐러멜라이징 단축법부터 응용 메뉴까지 제대로 짚어보니, 같은 카레로 일주일을 전혀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다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 캐러멜라이징, 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절반만 맞는 말이었습니다일반적으로 캐러멜라이징은 1시간 이상 걸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캐러멜라이징이란 양파에 함유된 당분이 열에 의해 분해되고 갈색으로 변하면서 깊은 단맛과 풍미가 끌어올려지는 반응을 말합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 말을 믿고 불 앞에서 팔이 뻐근해질 때까지 나무 주걱을 저어댔습니다.그런데 전자레인지로 1차 수분 제거를 해두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양파를 결 반대 방..
솔직히 저는 고기 망치 없이 돈가스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코웃음을 쳤습니다. 예전에 경양식집을 운영하던 시절, 저는 하루에 수백 장씩 안심을 망치로 두드렸고, 그게 당연한 방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따라 해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손으로 눌러 펴는 것만으로도 왕돈가스 사이즈가 나왔고, 소스까지 완성하고 나서야 왜 기사식당 맛이 집에서 안 났는지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손 성형법과 밑간 — 망치를 버리고 나서 알게 된 것경양식집을 할 때 가장 힘들었던 작업이 바로 고기 두드리기였습니다. 어깨와 손목이 매일 욱신거렸고, 주방 전체가 쾅쾅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그래서 "망치 없이 손으로만 펴도 된다"는 말은 제게 거의 농담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안심(Tende..
김치볶음밥에 된장 반 스푼을 넣으면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된장이 들어간 볶음밥이라니, 그냥 국 냄새 나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프라이팬을 잡고 만들어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단순히 레시피를 옮기는 게 아니라, 왜 이 조리법이 맛있는지 성분과 조리 원리 측면에서 뜯어보겠습니다. 된장이 김치볶음밥에 들어가면 생기는 일이 레시피의 핵심은 된장 1/2스푼입니다. 양으로 보면 전체 양념 중 가장 적지만, 역할은 제일 큽니다. 된장은 대표적인 감칠맛(umami) 식재료입니다. 여기서 감칠맛이란 단맛·짠맛·신맛·쓴맛의 네 가지 기본 맛 외에 혀에서 느껴지는 다섯 번째 맛으로, 글루탐산과 같은 아미노산 성분이 만들어내는 깊고 풍부한 맛을..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음 집에서 감자탕을 끓였을 때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뼈를 그냥 물에 넣고 끓였더니 누린내가 집 안에 가득 퍼졌고, 국물은 뿌옇지 않고 탁했습니다. 밖에서 먹던 그 깊고 진한 맛이 왜 안 나는지 그때는 이유조차 몰랐습니다. 알고 보니 핵심은 뼈를 끓이기 전 전처리 과정에 있었고, 마지막 들깨가루 한 스푼이 국물 맛을 완전히 바꿔놓는다는 사실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잡내제거, 알고 보면 과학이었습니다일반적으로 돼지등뼈는 그냥 한 번 데치면 잡내가 빠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그걸론 절대 부족합니다. 제대로 된 잡내제거를 위해서는 두 단계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혈수 제거, 즉 찬물에 최소 1시간 담가 핏물을 충분히 빼내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혈수란 뼈 속 모세혈관에 남은 피와..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고등어조림의 핵심이 '양념'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만들어볼수록 문제는 항상 같은 곳에서 터졌습니다. 겉만 짜고 속은 맹탕, 그리고 아무리 양념을 잘 해도 사라지지 않는 비린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은 방법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처리가 전부다 — 칼집과 밑간의 과학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고등어를 씻어서 바로 냄비에 넣었다는 겁니다. 당연히 겉만 간이 배고 속살은 늘 심심했습니다. 그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건 두 가지, 칼집과 밑간이었습니다.칼집을 내면 양념이 살 안쪽까지 침투하는 경로가 생깁니다. 여기에 맛술, 식초, 천일염 반 큰술로 전처리를 해두면 단백질 변성(Protein Denaturation) 효과가 일어납니다. 단백질 변성..
솔직히 저는 장칼국수를 집에서 직접 끓이면 식당 맛이 안 난다고 오래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주말 점심, 냉장고 속 재료들을 끌어모아 직접 끓여봤더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멸치육수에 고추장과 된장을 1:1로 풀어 넣는 것만으로도, 텁텁하지 않고 칼칼하면서 진한 국물이 완성된다는 걸 그날 처음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멸치육수, 직접 우려야 맛이 다를까?일반적으로 육수는 팩을 쓰면 맛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저는 솔직히 그 말을 반만 믿습니다. 실제로 여러 번 비교해보니 손으로 직접 우린 육수와 시판 육수 팩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엔 멸치육수를 직접 우려봤고, 그 과정에서 느낀 것들이 있었습니다.멸치 내장 제거(내장 손질)는 쓴맛을 잡는 데 결정..
주말 점심, 매콤하고 고소한 국물이 갑자기 당겼습니다. 냉장고에 차가운 계란밖에 없었는데, 평소라면 깨질까 봐 망설였을 텐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소금과 식초 하나로 계란을 지키고, 무설탕 두유로 사골 육수 뺨치는 탄탄면 국물을 만들어낸 경험을 그대로 풀어봅니다. 냉장 계란 깨지지 않게 삶는 법과 반숙란 완성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지 얼마 안 된, 손에 닿으면 차갑다 싶을 만큼 온도가 낮은 계란을 그대로 끓는 물에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경험해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열충격(thermal shock) — 쉽게 말해 온도 차이가 너무 급격해서 계란 껍데기에 균열이 생기는 현상입니다. 내부와 외부의 팽창 속도가 달라지며 껍데기가 버티지 못하고 갈라집니다.이걸 막는 방법이 꽤 간단했습니..
한국식 마파두부만 먹어봤다면, 진짜 사천식이 얼마나 다른지 상상이 가시나요? 처음 화자오(산초 열매 겉껍질)가 들어간 마파두부를 한 입 먹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혀가 마비되는 느낌과 동시에 침이 멈추질 않았고, 그 묘한 중독성에 화자오 기름을 아예 냉장고에 쟁여두고 살았던 시절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화자오 기름과 두반장, 정통 재료가 만드는 마(麻)와 라(辣)의 세계혹시 마파두부가 그냥 '두부 넣은 매운 볶음' 정도라고 생각하셨나요? 사천 요리의 핵심은 '마라(麻辣)'라는 개념에 있습니다. 여기서 마(麻)란 혀를 얼얼하게 마비시키는 감각을, 라(辣)는 우리가 아는 고추의 매운맛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입 안에서 충돌할 때 사천 요리 특유의 쾌감이 생깁니다.그 마(麻)를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