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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고등어조림의 핵심이 '양념'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만들어볼수록 문제는 항상 같은 곳에서 터졌습니다. 겉만 짜고 속은 맹탕, 그리고 아무리 양념을 잘 해도 사라지지 않는 비린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은 방법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처리가 전부다 — 칼집과 밑간의 과학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고등어를 씻어서 바로 냄비에 넣었다는 겁니다. 당연히 겉만 간이 배고 속살은 늘 심심했습니다. 그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건 두 가지, 칼집과 밑간이었습니다.
칼집을 내면 양념이 살 안쪽까지 침투하는 경로가 생깁니다. 여기에 맛술, 식초, 천일염 반 큰술로 전처리를 해두면 단백질 변성(Protein Denaturation) 효과가 일어납니다. 단백질 변성이란 열이나 산(酸) 성분에 의해 단백질 구조가 변하는 현상으로, 식초의 산 성분이 생선 살의 단백질 구조를 미리 응고시켜 조림 중 살이 뭉개지지 않고 쫀득한 식감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가열 전에 이 과정을 거친 고등어는 조리 후 살점 탄력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다른 재료를 손질하는 10~15분 동안 절여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짧은 시간이 결과물의 질감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맛술은 생선의 이취(異臭) 성분을 휘발시키는 역할도 겸하므로, 이 단계를 건너뛰는 건 손해입니다.
비린내 잡기 — 이중 삼중 차단 전략
집에 생선 냄새에 유독 예민한 가족이 있는 탓에, 저는 비린내 문제를 꽤 진지하게 파고들었습니다. 고등어의 비린내 주성분은 트리메틸아민(TMA, Trimethylamine)입니다. 트리메틸아민이란 어류의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산화트리메틸아민(TMAO)이 분해되어 생성되는 휘발성 아민 계열 화합물로, 생선 특유의 비린 냄새를 만드는 주범입니다. 이 물질은 산성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억제됩니다. 이 때문에 식초 밑간이 단순히 식감을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양념장에도 이중 삼중으로 비린내 차단제를 넣어야 합니다. 된장의 발효 성분은 잡냄새를 흡착·중화하고, 간 생강의 진저롤(Gingerol) 성분은 어취 억제 효과가 있습니다. 진저롤이란 생강의 매운맛 성분이자 항균·항산화 물질로, 생선 요리에서 냄새 차단제로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습니다. 양파 역시 황 화합물이 이취를 덮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된장 한 스푼이 이렇게 효과적일 줄은 처음에 반신반의했거든요.
단, 아무리 양념을 잘 짜도 재료가 좋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고등어는 반드시 생물(生物), 그것도 눈이 맑고 배 부분이 단단한 것으로 골라야 합니다. 출처: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고등어의 신선도는 어획 후 시간 경과에 따라 TMA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므로, 구매 당일 조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밑간 순서와 재료 구성 — 무·익은 김치가 먼저인 이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끓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이 레시피의 핵심 구조입니다. 무와 익은 김치를 참치액젓과 함께 물에 넣고 먼저 충분히 끓여서 무가 젓가락으로 쑥 들어갈 만큼 부드러워진 다음에야 고등어를 올립니다. 제 경험상 이 순서를 지켰을 때와 무시했을 때 결과물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무를 먼저 익히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무가 생선보다 조리 시간이 길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무가 국물의 베이스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무의 디아스타제(Diastase) 효소, 쉽게 말해 전분 분해 효소가 가열 과정에서 활성화되면서 국물에 자연스러운 감칠맛과 단맛을 더합니다. 여기에 익은 김치의 젖산 발효(Lactic Acid Fermentation) 성분이 더해지면 국물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재료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익은 김치 약 1/6쪽 분량 (소금을 살짝 털어내고 사용)
- 무 300g — 반달썰기로 도톰하게
- 양파 1/2개 — 큼직큼직하게, 달큰함과 비린내 차단 이중 역할
- 대파, 청양고추, 홍고추 — 마지막에 넣어 향만 살짝 입힘
- 양념장: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 맛술, 설탕, 후춧가루, 진간장, 간마늘, 간 생강
단맛을 덜 좋아하신다면 양념장의 설탕을 줄이고 마지막에 들기름을 반 큰술 둘러주면 풍미가 한층 더 깊어집니다. 제 경험상 이 마무리 한 스푼이 전체 맛의 무게감을 꽤 올려줍니다.
졸이는 불 조절과 마무리 — 윤기의 조건
고등어를 올린 뒤에는 뚜껑을 열고 은근한 불로 졸이는 것이 원칙입니다. 뚜껑을 닫으면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해 국물이 묽어지고, 고등어 특유의 이취 성분도 냄비 안에 갇혀버립니다. 뚜껑을 열어두면 휘발성 냄새 물질이 날아가면서 국물은 서서히 농축됩니다.
졸임이 충분히 된 시점은 색깔로 판단합니다. 국물의 붉은 빛이 고등어 살 전체로 퍼지고 표면에 기름이 맺히기 시작하면 간이 든 것입니다. 이 기름은 고등어 자체의 오메가-3 지방산(EPA·DHA)이 가열되면서 흘러나온 것으로, 사실 영양학적으로도 이 상태가 가장 좋습니다.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EPA와 DHA는 혈중 중성지방 감소에 효과적인 고도불포화지방산으로, 고등어 100g당 약 2,000mg 이상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파와 청양고추, 홍고추를 넣고 살짝만 더 끓입니다. 이 향신채는 오래 끓일수록 향이 날아가므로, 딱 1~2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날 저는 다른 반찬에 손도 안 대고 밥 두 공기를 비웠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 그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등어조림 비린내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뭔가요?
A. 신선한 생물 고등어를 고르는 것이 첫 번째이고, 맛술·식초·소금으로 10~15분 밑간을 하는 전처리가 두 번째입니다. 양념장에 된장과 간 생강을 반드시 넣으면 비린내 차단이 이중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지키면 냄새에 예민한 가족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 됩니다.
Q. 고등어조림에 익은 김치를 꼭 써야 하나요?
A. 익은 김치는 젖산 발효로 생성된 유기산이 국물에 깊은 풍미를 더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갓 담근 김치는 발효가 덜 되어 신맛과 감칠맛이 부족하고, 국물 맛이 얕아집니다. 익은 김치가 없다면 조금 묵혀두었다가 쓰거나, 설탕을 약간 줄이고 참치액젓을 조금 더 넣어 깊이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Q. 고등어조림 졸일 때 뚜껑을 열어야 하나요, 닫아야 하나요?
A. 반드시 뚜껑을 열고 졸여야 합니다. 뚜껑을 닫으면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아 국물이 농축되지 않고, 생선의 휘발성 이취 성분도 냄비 안에 그대로 갇혀 비린내가 남을 수 있습니다. 은근한 불로 뚜껑을 열어두고 기다리는 것이 윤기 있는 조림을 만드는 핵심입니다.
Q. 고등어조림 국물이 너무 짜면 어떻게 조절하나요?
A. 진간장과 참치액젓 양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고, 이미 짜게 됐다면 무를 조금 더 추가해 국물을 흡수시키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무는 여분의 염분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면서 동시에 국물에 단맛을 더해주므로, 간 조절 실패 시 가장 빠른 보완재가 됩니다.
결론
고등어조림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부분 전처리를 생략하거나 재료 투입 순서를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칼집과 밑간으로 단백질 변성을 유도하고, 된장과 생강으로 비린내를 이중 차단하며, 무와 익은 김치를 먼저 충분히 끓인 뒤 고등어를 올리는 구조만 지키면 결과물은 크게 달라집니다.
처음 이 방법으로 만든 날, 식탁에 다른 반찬이 있었는데도 고등어조림만 순식간에 비워졌습니다. 다음 번에는 밑간 시간을 20분으로 늘려보거나, 마무리에 들기름을 둘러보는 변형을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작은 차이가 완전히 다른 맛을 만들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