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슴살 요리가 퍽퍽하다는 건 상식처럼 통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치킨 코르동 블루를 직접 만들어보고 나서 그 상식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손님 초대 메뉴를 찾다가 처음 도전했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에서 치즈가 흘러내리는 그 단면을 보는 순간, 이게 정말 닭가슴살 요리가 맞나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만드는 과정이 정교했고, 그만큼 결과도 확실했습니다. 스위스에서 시작된 요리, 프랑스 이름에 속지 마세요치킨 코르동 블루는 프랑스 요리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코르동 블루(Cordon Bleu)'라는 이름 자체가 프랑스어이고, 발음도 전형적인 프랑스식이라 저도 처음에 당연히 프랑스 요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리를 시작하기 전에 찾아보니 이 요리는 1940년대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비교적 역사가 짧은 요리입니다..
솔직히 저는 북경오리를 집에서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걸 몰랐습니다. 아니, 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틀렸습니다. 생오리 한 마리 사서 전통 방식으로 도전했다가 집 안을 기름 연기로 가득 채운 뒤에야 제대로 된 방법을 찾게 됐습니다. 이 글은 그 실패 이후 훈제오리와 에어프라이어로 다시 도전해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생오리로 실패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일반적으로 북경오리(베이징덕)는 껍질을 바짝 말린 뒤 고온에서 구워야 바삭한 식감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베이징덕이란 오리 껍질의 지방층을 최대한 빼내면서 고온 건열로 구워,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하게 완성하는 중국의 대표 궁중 요리입니다. 저도 그 원칙을 충실히 따라보겠다고 생오리를 구해 껍질 건조부터 시작했습니다.결과는 처..
솔직히 처음 주방에서 비프 부르기뇽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이게 냄비 하나로 가능한 요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설거짓거리를 줄이면서도 클래식한 맛을 낼 수 있는 꽤 실용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다만 냄비 하나로 모든 재료를 순서대로 볶다 보면 반드시 부딪히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 글에서는 그 문제들을 제가 직접 겪으며 찾아낸 해결 방향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원팬 조리, 생각보다 까다로운 이유주방에서 프랑스 가정식 메뉴를 담당했을 때, 팀원들과 함께 원팬 방식으로 비프 부르기뇽을 조리한 적이 있습니다. 설거짓거리를 줄이고 조리 동선을 단축하는 데는 분명히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냄비에서 베이컨, 양파, 소고기, 버섯을 차례로 볶다 보면 어느 순간 팬 온도가 눈에 띄게 떨어집니..
돼지고기는 잘 구우면 소고기 못지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팬에 올리면 겉만 타고 속은 퍽퍽해지는 경험, 저도 업장에서 수도 없이 겪었습니다. 훈제 파프리카와 안초 칠리 파우더로 향신료 레이어를 쌓고, 육수와 버터 베이스팅으로 촉촉함을 잡는 방식을 직접 써봤더니 결과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거기에 구운 옥수수와 버터넛 스쿼시로 만드는 서코타시까지 곁들이면, 집에서도 레스토랑 수준의 한 접시가 완성됩니다. 팬 시어링과 베이스팅 — 퍽퍽함의 원인은 불 조절이 아니었습니다두툼한 돼지갈비가 퍽퍽해지는 이유는 센 불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더니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수분을 공급해주는 과정이 빠지면, 불 세기와 무관하게 결국 고기 속이 말라버렸습니다.일반적으로 팬 시어링(Pan Searing)만으..
저도 처음엔 잣을 바짝 볶아야 고소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파스타 전문점을 운영하던 시절, 여름마다 생바질을 따서 페스토를 만들었는데, 볶은 잣을 넣었더니 오히려 바질 특유의 향긋함이 죽어버리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재료 하나의 선택이 완성된 접시의 맛과 색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그 디테일을 이 글에서 풀어보겠습니다. 잣 볶음 여부,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잣을 볶아서 쓰면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그 반대의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팬에 잣을 달달 볶아 고소함을 최대한 끌어낸 뒤 페스토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블렌더를 돌리는 순간, 고소한 기름 냄새가 바질의 초록빛 향을 덮어버렸습니다. 결과물은 고소하지만 어딘가 납작한 맛이었죠.그 뒤로 생잣..
조갯살 150g, 1인분 원가 약 1,000원짜리 재료로 레스토랑 수준의 클램차우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매장에서 해산물 크림 수프를 다루던 시절, 저는 이 단순한 재료 앞에서 생각보다 오래 헤맸습니다. 비린내와 질긴 식감이라는 두 가지 함정을 동시에 피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거든요. 비린내 잡기: 정종 한 잔이 하는 일시판 조갯살이나 냉동 바지락살을 그대로 수프에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저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크림의 고소함 뒤에서 쌉싸름하고 꾸릿한 냄새가 올라오면, 손님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좋아하는 분은 괜찮다 하셨지만, 싫어하는 분은 한 숟갈 뜨고 그냥 두더군요.조갯살 손질은 먼저 천일염을 충분히 녹인 소금물에 살살 마사지하듯 씻고, 수돗물로 서너 번 헹군 뒤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
감자 뇨끼를 처음 만들었을 때 반죽이 끓는 물 속에서 흔적도 없이 녹아버린 경험, 저만 있는 게 아닐 겁니다. 제가 주방에서 뇨끼를 메뉴에 올리던 시절, 가장 먼저 맞닥뜨린 장벽이 바로 반죽 수분 관리였습니다. 감자 500g짜리 반죽이 열 번 중 세 번은 물속에서 퍼지고, 두 번은 떡처럼 뭉쳐버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시행착오를 토대로 뇨끼 반죽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와, 팬에 구워 완성하는 조리 기법까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수분 제거: 뇨끼 반죽이 무너지는 진짜 이유뇨끼 반죽의 성패는 감자의 수분량에 달려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자를 통째로 물에 넣고 40분 이상 삶으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감자를 통째로 물에 삶으면 전분 세포 안으로 수분이 과도하게 침투하고, 이 ..
감바스 알 아히요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게 새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방에서 수십 번 이 요리를 만들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새우는 조연이고, 진짜 주인공은 마늘을 품은 올리브 오일이라는 것을. 재료보다 온도와 순서가 먼저입니다. 감바스의 정체, 새우 요리가 아니라 마늘 오일 요리다감바스(Gambas)는 스페인어로 '새우'를 뜻합니다. 그러니 '새우 감바스'라는 말은 사실 새우 새우라는 뜻으로, 동어 반복이 됩니다. 정확한 명칭은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입니다. 여기서 아히요(Ajillo)란 마늘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직역하면 '마늘을 곁들인 새우' 정도가 됩니다.처음 이 요리를 주방에서 다룰 때 저도 재료 구성에만 집중했습니다. 통통한 새우, 좋은 올리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