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입맛은 뚝 떨어지는데 뭔가 자극적인 게 당기는 그 애매한 순간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주방에 서서 소면 봉지를 꺼내 들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양념장에 땅콩가루 딱 한 스푼 더 넣었을 뿐인데, 그때까지 제가 만들던 비빔국수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 났습니다. 여름마다 반복되던 그 아쉬운 2%매년 여름이면 비빔국수를 자주 만들었습니다. 고추장에 설탕, 식초를 섞는 기본 양념장은 익숙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 먹고 나면 늘 뭔가 허전한 느낌이 남았습니다. 맵고 새콤한 맛은 충분했지만, 음식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감칠맛(Umami)이 부족했습니다. 여기서 감칠맛이란 단맛·짠맛·신맛·쓴맛과 구별되는 제5의 기본 맛으로, 입안에서 맛이 오래 머물게 하고 전체적..
요리사로 일하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쉬는 날 주방에 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팬 하나만 꺼내면 끝나는 원팬 알리오올리오를 주말의 구원 투수로 삼고 있습니다. 설거지 한 개, 재료 다섯 가지, 그런데도 소스 맛은 제대로 납니다. 요리사도 쉬고 싶다 — 이 레시피를 고집하게 된 배경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요리를 직업으로 삼으면 집에서는 더 잘 해먹을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퇴근 후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고, 설거지거리가 생기는 것조차 끔찍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처음 이 레시피를 접했을 때는 "면을 따로 삶지 않아도 되나?" 하는 의심부터 들었습니다. 파스타 전문점에서 일하다 보면 면 삶는 물의 염도와 타이밍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몸으로 아는데, 그걸 통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