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잡채가 부는 이유를 몰랐습니다. 명절마다 공들여 만들어 놓으면 몇 시간 뒤엔 어김없이 퍼진 면발이 기다리고 있었고, 다음 날 상에 올리려면 기름을 붓고 다시 볶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전분 코팅 원리를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틀이 지나도 꼬들꼬들한 잡채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잡채가 부는 진짜 이유 — 배경부터 짚고 가겠습니다잡채를 만들 때마다 "왜 이렇게 금방 퍼지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화력이 약해서 그런가, 삶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가 하며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전혀 다른 데 있었습니다.당면의 주성분은 전분(starch)입니다. 여기서 전분이란 식물이 에너지를 저장하는 고분자 탄수화물로, 물을 만나면 끊임없이 수분..
솔직히 저는 주방 막내 시절, 고춧가루를 센 불에 볶다가 홀딱 태워버리고 선배한테 된통 혼난 뒤에야 '불 끄고 잔열로 볶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육수 한 방울 없이도 손님들이 "이 국물 육수가 뭐냐"고 물어봤던 그 얼큰 계란탕, 그 비결을 제대로 뜯어보겠습니다. 당면 불리기: 탱글함의 과학당면을 국물에 바로 던져 넣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바쁜 주방에서 "어차피 끓이면 익겠지" 싶었는데, 결과는 늘 실망스러웠습니다. 국물은 금세 끈적해지고, 당면은 겉만 호들갑스럽게 익어 속까지 간이 제대로 배지 않았습니다.핵심은 전분 호화(糊化)의 순서를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전분 호화란 전분 입자가 수분을 흡수해 팽윤되고 점성을 띠는 현상을 말합니다. 당면을 건..